
박지영 기자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휴전을 대가로 러시아에 영토를 넘겨줄 순 없다고 선언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예고하며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부 인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인은 점령자에게 영토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결정은 평화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협상에서 영토 문제도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성사됐다고 밝히면서 "일부 영토는 되찾고 일부는 교환할 것"이라며 "양측 모두에 더 나은 방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장기간 이어지는 전쟁으로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영토 양도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높다. 올해 여론조사에서 영토 양도가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우리는 자신의 영토를 거래하지 않는 민족"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대가로 평화를 달성하는 전례를 만들 순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에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넘겨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영토를 러시아가 갖고,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하면 휴전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돈바스 지역 중 한 곳인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가 철수하는 것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러시아 주도의 휴전 협상에 반기를 들었지만, 미러 정상 간 밀착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9일 "다음 회담을 러시아 영토에서 개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이미 초정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