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수 기자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전·현직 영부인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공개 출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예진 기자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의 전주(錢主) 역할을 넘어 '차명 계좌'까지 동원해 주가 방어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총 8억1,000여만 원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다고 추산했다. 특검팀은 오는 12일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런 점을 내세워 범행의 중대성을 피력할 계획이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작전 세력의 범행 사실을 인지한 채 36억 원이 든 계좌를 맡겼을 뿐 아니라 주가가 하락한 시기 김 여사 명의 계좌나 직원 명의 계좌까지 이용해 주가를 방어하는데 가담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7일 청구한 김 여사의 구속영장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설명하며 이런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2010년 1월 평소 친분이 있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소개로 '1차 작전 시기 주포' 이모씨를 만나 주가조작 진행 사실을 알게 됐고, 계좌를 맡긴 이씨 측에 수익의 30~40%를 나눠주고 손실이 나면 이를 보전받기로 약정하는 조건으로 16억 원이 든 증권계좌를 처음 맡겼다는 게 특검팀 시각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손해를 보자 이씨에게 항의해 손실보상금으로 4,700만 원을 송금받았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이후 69만 주 처분에 어려움을 겪어 '2차 작전'까지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2010년 10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측에 '6 대 4' 수익 배분을 약정해 20억 원이 든 계좌를 맡겼으며, 실제로 김 여사가 블랙펄 측에 40%에 해당하는 수익금을 송금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권사 직원과 김 여사의 통화녹취도 영장 심사에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블랙펄 측이 한국거래소의 인터넷프로토콜(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에그(무선 공유기)'를 사용한 흔적도 발견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2012년 주가 하락 시기 자신의 계좌 또는 코바나컨텐츠 직원 명의 계좌로 '주가 방어'를 했다고 보고 있다. 김 여사가 비정상 매매를 통한 주가부양을 위해 적극 가담한 정황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코바나컨텐츠 사내이사를 지낸 김범수 전 SBS 아나운서 명의의 증권계좌를 통해 수익을 올린 정황을 파악했는데, 특검팀은 이를 김 여사의 '차명 거래'라고 봤다.
김 여사는 6일 특검팀 조사에서 '주가조작 거래에 계좌가 쓰일 줄 모르고 맡겼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주포가 송금한 4,700만 원에 대해서도 "손실보전 약정은 없었다. 별도 계약에 의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객관적 증거들을 제시했는데도 김 여사가 혐의를 모두 부인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연관기사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