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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서까지 쓰며 '익산 고구마 버거' 개발했죠...다음 메뉴는 비밀입니다"
업데이트2025.08.10 07:00

안아람 기자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

한국맥도날드 메뉴 개발팀의 백창호(왼쪽) 팀장과 이충희 컨설턴트가 올해 출시한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다음에 고구마를 또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한국맥도날드 메뉴개발팀 이충희 컨설턴트

한국맥도날드 메뉴 개발팀의 이충희(37) 컨설턴트는 4일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를 만들어 내기까지 고충을 묻자 "지금까지 살면서 맛본 고구마보다 개발하면서 1년 동안 먹었던 고구마가 더 많았던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맥도날드가 2021년 8월부터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 중 올해 내놓은 익산 고구라 모짜렐라 버거 개발팀의 멤버다. 그는 "쪄 먹고, 구워 먹고, 모든 방법으로 먹어 봤다"면서 "5, 6개 지역에서 나는 모든 종류의 고구마를 다 맛봤다"고 덧붙였다.

한국맥도날드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새 메뉴로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와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머핀' 2종을 7월 10일 출시했다. 두 제품은 출시 9일 만에 누적 판매 100만 개를 넘어섰다. 역대 한국의 맛 프로젝트 메뉴 사상 최단 기록이다.

큰 인기의 비결을 묻자 너무나 당연하지만 '맛'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익산 고구마를 으깨 고소한 모차렐라 치즈로 감싼 '달콤 고소'한 맛의 크로켓에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할라피뇨 마요 소스가 더해져 진한 풍미가 난다.


출시 9일 만에 100만 개 판매

한국맥도날드가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5년 출시한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한국맥도날드 제공


이 맛을 찾아내기 위해 개발팀은 2024년 6월 후보 선정부터 올해 출시까지 1년 1개월가량을 온전히 고구마에 미쳐 살았다. 수백 명으로부터 버거에 녹여낼 수 있는 한국의 맛을 추천받아 검토한 끝에 고구마를 골랐다. ①콘셉트 조사 ②후보 선정 ③제품화 ④소비자 조사를 거쳐 최종 대량생산하게 됐고 출시 뒤엔 품질도 관리하고 있다.

고구마를 선택한 건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고구마)을 새로운 방식으로 버거와 조화를 이뤄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국 4대 고구마 산지(전남 해남·영암, 전북 고창·익산)를 포함해 전국의 유명 고구마를 찾아서 모두 맛보고 고민했다. 결국 부드러운 식감과 자연스러운 단맛을 지닌 익산 고구마가 최종 낙점을 받았다.

문제는 고구마의 뻑뻑함과 단맛이었다. 겨울철 군고구마를 떠올리면 동치미나 김치가 떠오르듯 고구마를 그대로 버거에 넣을 수는 없었다. 고심하던 백창호(51) 팀장은 '베이크드 스위트 포테이토'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려 고구마를 으깨서 부드러운 무스로 만들어 뻑뻑함을 잡고 고소한 모차렐라 치즈로 감싼 뒤 크로켓으로 만들어냈다. 셀 수 없을 만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끝내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의 핵심인 '고구마 크로켓'이 탄생했다. 이 컨설턴트가 좋아하는 소보로빵의 느낌을 가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 메뉴의 '킥'(강한 쾌감)으로 소스를 꼽았다. 백 팀장은 "고구마를 먹을 때 김치를 곁들이는 것처럼 그 조화를 구상하며 버거와 어울리는 소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컨설턴트는 "고구마와 모차렐라 치즈 조합은 과하게 달거나 느끼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해 '할라피뇨 마요'라는 매콤한 소스를 넣었다"고 보탰다.


고구마와 함께 먹던 김치 떠올려 소스로 '킥'

한국맥도날드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메뉴개발팀의 이충희 컨설턴트가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한국맥도날드가 5년째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극비리에 진행된다. 대상 품목 선정부터 마지막 대량 생산 단계까지 상대방과 비밀 각서를 작성한 다음 진행한다. 원재료 산지를 고를 때는 '경북 의성 마늘'처럼 식재료가 해당 지역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곳은 후보에서 뺀다. 지역과의 상생이라는 프로젝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을 선택한다. 익산시가 이번 프로젝트에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도 지역 주민 살리기뿐 아니라 지역 브랜딩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맥도날드의 성공을 지켜본 해외 맥도날드에서도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수입하거나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재료 선정 과정 등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내년 메뉴 묻자 "비밀"... 극비리 진행

한국맥도날드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메뉴개발팀의 백창호 팀장이 메뉴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경남 창녕 마늘, 전남 보성 녹돈, 전남 진도 대파, 경남 진주 고추, 그리고 익산 고구마를 이을 다음 '한국의 맛' 후보를 묻자 백 팀장은 "비밀입니다. 내년까지 기다려 주세요"라며 "요즘 그것(내년 메뉴 개발)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그는 "일 년에 한 번, 지역과 연계해서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실패하면 안 된다', '지난해보다 나아야 한다' 이런 부담이 크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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