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형 기자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가 등장할 때마다 ‘배신자’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구=뉴시스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의원(청년최고위원 후보)이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섰다. 3,000석 규모의 행사장을 가득 메운 TK의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 '배신자'란 연호가 울려 퍼졌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등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가 등장할 때마다 '배신자'를 외치는 당원들의 목소리는 커졌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탄핵 찬반 논란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사이 국민의힘 지지율은 16%(NBS·4~6일 조사·7일 공개·그밖의사항은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까지 추락하며 2020년 9월 당명 변경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당을 일으키기 위해 지도부가 되겠다는 반탄(탄핵 반대)파 후보들은 '이재명 총통 독재' '윤 어게인' 등 민심과 동떨어진 주장만 늘어놨다.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이재명 장기집권 획책" 장동혁 "尹, 인권유린 당해"

장동혁(왼쪽부터), 조경태, 김문수,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이재명 총통은 4년 연임제 개헌으로 장기 집권을 획책할 것"이라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반이재명 독재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의원은 아예 "죄송하다. 우리 당의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장 후보의 연설 도중 청중석에는 '윤석열 대통령 AGAIN, 전한길과 함께'라고 적힌 현수막이 등장했다. 장 후보는 앞서 SBS 라디오에서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당에 도움이 되는 순간에 입당 신청을 하실 텐데, 그것을 못 받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 김 전 장관도 전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입당하시면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검 수사 등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함께 구속될 상황에 처했고 윤 전 대통령의 연이은 체포영장 집행 거부로 민심은 악화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감싸는 주장도 이어졌다. 장 의원은 "대통령이 다시 구속되고 있고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안철수 "TK 당원 모욕" 조경태 "윤 어게인 몰아내야"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을 주장하는 후보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당대표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은 "윤 어게인을 신봉하는 사람들, 극단세력의 대변자들이 보수의 심장인 TK에 와서 표를 맡겨놓은 것 마냥 손을 벌리고 있다"며 "TK 당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날 김 전 장관과 장 의원,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을 "계엄 3형제"라고 공격했다.
조경태 의원은 "국민의힘은 거의 해체 수준의 참혹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며 "윤 어게인을 외치는 훼방꾼들을 몰아내지 않고선 국민의힘의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윤 어게인'을 부르짖는 전한길씨는 이날 합동연설회의 중심에 섰다. 행사장 앞에 '유튜버·셀카봉 금지'라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지만, 전씨는 기자석에 앉아 연설회를 생중계했다. 동시 접속자는 1만 명을 웃돌았다. 찬탄파인 조 의원이 단상에 오르자 "열 받는다"며 의자 위에 올라가 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조 후보에 대한 저항의 표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근식 위원장이 "전한길씨같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저런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나"고 비판하자, 전씨는 "나를 욕하고 XX이냐"라고 말한 뒤 당원석 앞으로 '배신자' 구호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김근식 이런 놈들은 빨리 민주당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고, 찬탄파 지지자들과 거친 언사가 오가기도 했다.
당원 간 몸싸움도 있었다. "조경태는 빨갱이"라고 외친 당원이 '조경태 파이팅' 피켓을 든 다른 당원을 밀쳐내는가 하면, 장동혁 의원 지지자가 "김문수를 처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있었다. 김 전 장관이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옹호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전대의 주인공도 윤석열이 돼버린 셈"이라며 "더 이상 추락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고 자조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혼란을 불러일으킨 전씨를 포함해, 대의원 자격이 없는 인사에 대해 향후 개최되는 모든 전대 일정에 출입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NBS(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