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원 기자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
여한구(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 DC 미국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한미 관세협상 진전 방안 등에 대한 논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이 '트럼프 라운드'를 띄우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세계 무역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라운드를 처음 언급한 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그리어 대표는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우리는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주의 등 미국에만 불리하게 작용한 세계 무역질서를 개혁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리어의 메시지는 다자 무역주의 등 기존 질서에서 벗어난 양자·특정국 중심의 통상협력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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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한미 무역합의 문서에 서명하는 사진을 올렸다. 백악관 인스타그램 계정
힘 중심의 경제질서로 재편
전문가들도 앞으로의 세계무역은 특정 규범보단 힘과 이해관계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힘 중심의 경제질서’라는 새로운 규칙으로 재편될 것이란 의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다자주의보다는 전략동맹과 경제블록이 무역질서의 기본 단위가 될 것"이라며 "관세, 투자, 공급망을 아우르는 경제안보 네트워크가 세계 교역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WTO와 같은 다자주의 무역 체제는 붕괴 위기에 처했다"며 "앞으로 각국이 보호무역의 벽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다자주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WTO가 만들어낸 다자주의 시대는 저물지만, '소(小) 다자주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자주의도 아니고, 완전 다자주의도 아닌 중간 영역의 소다자주의로 갈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가 한발 늦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제언했다. CPTPP는 일본을 중심으로 아태 지역 11개국이 참여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해 말 영국이 가입하며 현재 총 12개국이 회원국이다. 한국은 가입국이 아니다.

2018년 3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11개 회원국의 협정문 서명식을 앞두고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영국이 가입하며 가입국은 12개국이 됐다. 산티아고=AP 연합뉴스
미국 의존도 줄이고 수출 시장 다양화해야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시장 다변화 전략이 불가피해졌다. 장 원장은 "(우리나라의) 미국시장 편중 구조를 완화하려면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아프리카·중동·중남미 등 신흥시장과 신규 FTA를 추진해야 한다"며 "향후 미국과의 경제결속이 심화하고 대미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미국 핵심 산업 공급망에 전략적으로 참여해 국내 중간재의 대미 수출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당장은 미국의 압박을 받아들이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수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특정 품목 쏠림도 함께 낮춰야 하는 만큼 방위산업이나 바이오, 식품, 문화콘텐츠 등 신성장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