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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부도 두고 짝꿍 갈라졌다...DL "워크아웃" VS 한화 "자금 지원"
업데이트2025.08.09 08:00

이상무 기자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

여천NCC 공장 전경. 여천NCC 제공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자금 구조상 8월 말 약 3,100억 원가량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금은 말랐고 외부 조력도 쉽지 않다. 유일한 해결책인 대주주의 자금 지원도 지분을 50%씩 가진 DL그룹과 한화그룹의 입장이 엇갈려 당장 실행은 어렵다. DL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하자고 버티고 한화그룹은 자금을 투입하자고 맞서고 있다.


증자 2,000억 원에도 순손실 이어진 '여천NCC'

DL그룹 CI

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자금 구조상 21일 원료비를 내고 차입금을 갚는데 3,10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거듭된 업황 및 실적 부진으로 스스로 해결할 현금이 모자라고 회사채 발행마저 쉽지 않다고 한다. 만약 해당 날짜까지 3,10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여천NCC는 부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여천NCC는 국내 에틸렌 생산 능력 3위 기업으로 연간 3,000억 원에서 1조 원대의 이익을 내던 회사였다. 2020년대 본격화한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22년 3,477억 원, 2023년 2,402억 원, 2024년 2,3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올해 3월 주주사 간 협의를 통해 2,000억 원 규모로 증자했지만 누적 손실을 해결할 순 없었다. 이날 여천NCC 3공장의 가동도 멈췄다.

현재로서 여천NCC가 부도를 피하는 방법은 지분을 50%씩 가지고 있는 두 대주주(DL, 한화)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뿐이다.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가 대략 1,500억 원씩 부담해 지원하면 당장의 부도 위기는 지나갈 수 있다. 여천NCC는 1999년 4월 DL그룹과 한화그룹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을 50%씩 가졌다. 두 회사는 외환위기 여파로 석유화학업계 통폐합이 논의될 때 각자의 '납사 분해 시설(Naphtha Cracking Center·NCC)'을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한화 1,500억 원 투입 결정...DL 동의 없인 실행 못해

한화그룹 CI


주목할 건 두 회사가 자금 지원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DL은 "워크아웃을 신청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 여천NCC 주주사 관계자들이 모인 긴급회의에서 DL은 여천NCC가 회생 가능성이 없으니 워크아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은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법정관리(기업회생)로 넘어가기 전에 채권단과 협력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한화는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금을 지원하고 생산량 감축 등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여천NCC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화는 7월 말 석유화학 계열사 한화솔루션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 원 규모의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더 큰 문제는 한화의 1,500억 원도 당장 투입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합작 계약에 따라 증자 또는 자금 대여를 특정 주주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어서다. DL과 한화가 각각 3인씩 동수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DL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화의 자금 투입도 불가능한 구조라는 뜻이다. 한화 측은 DL이 계속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 8월 21일 부도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DL은 "자금 지원 및 워크아웃 진행 여부 등 결정한 게 없다"고 했다. DL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여천NCC의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여천NCC에 돈을 지원하는 것에 앞서서 현금 흐름은 왜 안 좋아졌는지, 자구책은 얼마나 실행 가능한지, 주주가 얼마를 왜 도와줘야 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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