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현 기자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코스피가 떨어지면 더불어민주당이 잘해도 못한 것이 되고, 다음 날 코스피가 오르면 민주당이 못해도 잘한 것이 되나요." (민주당 관계자)
민주당이 '코스피 딜레마'에 빠졌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내걸고 집권한 이재명 정부를 지원해야 하는 여당으로서 시시각각 등락하는 코스피 지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시장에 신뢰감을 주되, 정책 일관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뜨거운 감자'인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논란은 이러한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세재개편안이 발단이었다. 법인세 등을 윤석열 정부 이전 수준으로 복원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지만, 불똥은 주식 양도세 문제로 튀었다. 다음 날 코스피는 이 정부 출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인 126.03(3.88%)을 기록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10억 원으로 강화하지 말라는 '50억 원 원상복귀'를 주장하면서 논란은 들불로 번졌다. 이에 개미 투자자들의 관련 국회 청원은 8일 현재 동의 수가 14만 명이 넘었다.
정권 초 안정적 국정 운영을 도와야 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수습에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주가 하락과 세제개편안은 무관하다"는 판단이 다수이지만, 의원들의 입부터 틀어막았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4일 "당내 공개적 논란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힌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대표의 함구령으로 그나마 당내 혼란이 진정됐다"면서도 "앞으로 코스피가 떨어질 때마다 대표가 함구령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18차 본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300인, 재석 285인, 찬성 204인, 반대 33인, 기권 38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코스피 딜레마'의 뿌리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예정됐던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윤 정부의 폐지 추진에 동참하면서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여기에 투자하고 있는 1,500만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동참 이유를 밝혔다. 단기적으로 개미 투자자의 지지를 얻는 효과를 봤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세 형평 및 세제 신뢰성 훼손이란 대가가 불가피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시 금투세를 도입했다면 현재 양도소득세 논란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코스피 딜레마가 반복되는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코스피 5,000 시대'는 장기적 산업 경쟁력,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공정한 세제 설계 등의 조건이 필요한데, 의원들이 눈앞의 지수 변동에 민감하면 목표 달성은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초선 의원은 "정부가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부터 예견된 문제였다"며 "시장의 반응을 무시해도 안 되지만, 근본 체질을 바꾸는 제도 개혁을 위해선 인내와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