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용성 기자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 새벽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 연합뉴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졸속 국무회의' 관련 혐의로 기소할 때 적용한 논리를 차용해 국민의힘의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사건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의 '국무위원 심의권한 행사 방해'가 국민의힘 지도부에 의한 '의원들 표결 권한 침해' 의혹과 법리적 구조가 유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12·3 불법계엄 선포 다음 날 진행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차원의 조직적 표결 방해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앞서 해당 의혹으로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 등이 고발된 상태다.
추 의원은 불법계엄 당일 오후 11시 3분쯤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한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문자로 공지했다가 서울 여의도 당사→국회 예결위 회의장→당사로 수차례 의총 장소를 정정했다. 이 탓에 국민의힘 의원들 다수는 발이 묶였고, 12월 4일 오전 1시쯤 국회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8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인 12월 3일 오후 11시 22분쯤 추 의원에게, 오후 11시 26분에는 나경원 의원에게 전화해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결국 추 의원 등이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의총 소집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해 사실상 내란을 방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국무위원 심의 방해 혐의로 기소할 당시 적용했던 법리를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전 특정 국무위원들만 불러 국무회의의 외관을 갖춘 채 일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봤다. 결국 소집 사실을 고지받지 못한 다수의 국무위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해 헌법·법률상 보장된 '국정에 관해 심의할 권리'를 방해받았다는 게 특검팀 논리였다. 특검팀은 추 의원의 소집 장소 변경으로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계엄 해제를 위해 표결할 권리를 침해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런 논리를 적용해 수사하려면 계엄 당일 밤 국회 상황을 정확히 재구성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추 의원은 당시 의총 장소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국회가 봉쇄된 탓'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비슷한 시각 민주당 의원들은 담을 넘는 방법 등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와 있었다. 특검팀은 표결에 불참하거나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출석을 요청할 방침이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과 우원식 국회의장을 최근 조사한 것도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표결 방해 의혹의 수사 상황에 따라 국민의힘과 관련된 다른 고발 사건들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조은석 특검에는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이 올해 1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스크럼을 짜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 했다는 고발 사건(내란선동·특수공무집행방해) 등도 이첩돼 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