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우린 이제 ‘트럼프 라운드’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구축돼 온 자유무역 질서가 막을 내렸다는 선언이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8개국과 유럽연합에 부과한 10~41% 상호관세도 공식 발효됐다. 바야흐로 신보호무역 시대다. 그동안 수출로 먹고산 한국 입장에선 세계 무역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새로운 성장 전략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WTO 체제 종식과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무역 질서 재편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예상됐던 바다. 관세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그는 4월 2일 일방적인 상호관세율을 발표한 뒤 각국과 협상을 벌였다. 우린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등을 통해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이뤘지만 실제론 ‘강탈’과 다름없었다. 이런 ‘트럼프 라운드’는 결국 글로벌 무역 감소와 공급망 혼선 등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우리가 관세율을 15%로 낮춘 건 다행이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는 그만큼 국내 투자와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잠재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으면서 저성장이 굳어지던 참이었다.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그냥 쉬었음’ 청년은 70만 명도 넘어섰다. 한국 경제의 구조 개혁도 절실한데 무역 질서마저 격변하니 내우외환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라운드’는 트럼프 임기가 끝나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긴 안목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미국 비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불만이 큰 중국은 물론 인도와 브라질, 남아공 등 브릭스 및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무역을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세계 경제의 큰 물줄기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늘 그랬듯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변화 속에서 신성장 기회를 찾아야 할 과제가 새 정부와 기업에 주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