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하늘 기자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친 주식 친화 정책에 따라 코스피 5000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1~8일 사이 미국 주식을 5억8,979만 달러(약 8,200억 원) 순매수했다. 일주일여 만에 지난달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6억8,496만 달러)의 86%를 채웠다. 지난달 31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코스피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5000'을 위한 정책 과제가 연이어 발표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자금도 미국 시장에서 국내 시장으로 전환했다. 4월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37억535만 달러였는데 5월에는 13억1,082만 달러 순매도로 돌아섰으며, 6월에도 2억3,185만 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 역시 2,300대에서 3,200대까지 40% 가까이 상승했다.

시각물_서학개미 미국 주식 월별 순매수액. 그래픽=신동준 기자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 주식 시장 친화 정책이 '부자 감세'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코스피는 성장세를 멈추고 3,200선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주식 양도세 기준 강화 등 세제개편안 발표 다음 날인 1일에만 무려 3.88%나 빠졌다. 반면 S&P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더 몰리는 모양새다.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만큼 거래대금도 축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8일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5,608억 원으로, 직전 한주(7월 28일∼8월 1일) 일평균 19조3,571억 원 대비 19.6% 감소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고도 이달 5일 기준 10조70억 원으로, 지난달 31일(10조440억 원) 이후 연중 두 번째 큰 규모로 늘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코스피 시장이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투자자들이 정책 실망감을 증폭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여당 내부적으로도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9월 개최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전에 실제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