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한별 기자
대한민국 언론인상 수상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좀비딸' 스틸컷
코로나19의 유행 이후 극장가가 얼어붙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수가 줄어들면서 많은 관계자들이 속상한 마음을 내비쳐 왔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 영화 관람 할인권 지급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관 입장권 6천 원 할인권을 총 450만 장 배포했다. 할인권은 다음 달 2일까지 요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는 7천 원의 관람료에 6천 원 할인이 적용돼 천 원에 영화를 감상 가능하다. 그간 영화를 보려면 1만 5천 원가량이 필요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척이나 파격적인 가격이다.
관객수 증가… 장기적 효과는 의문

'F1 더 무비'는 개봉 40일 차인 지난 3일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F1 더 무비' 스틸컷
지급된 할인권 덕에 극장가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3일 극장 관객수는 219만을 넘어섰는데, 전주 대비 26.8%가량 증가한 수치다. 배우 조정석이 출연하는 영화 '좀비딸'은 할인권의 수혜자로 꼽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난 1~3일 116만 3,259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올해 최단기간으로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 다른 수혜자로 언급되는 'F1 더 무비'는 뒷심을 발휘하며 개봉 40일 차인 지난 3일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티켓값이 줄어들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지는 만큼, 할인권은 최근 개봉한 영화들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을 터다. 그러나 관객들이 극장을 찾게 만드는 일에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좀비딸'과 'F1 더 무비'는 완성도로 호평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정석 역시 '좀비딸' 개봉을 기념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흥행과 관련해) 할인권만 믿고 의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김진각 교수는 본지에 "위기의 영화관에는 잠깐의 단비 같은 처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관에 대한 대중의 관심 자체를 제고하는 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비싼 관람료 문제 외에도 작품성을 갖춘 볼만한 영화의 부족 등으로 영상 콘텐츠 시청의 전반적 흐름이 이미 OTT로 기울어진 상태다. 일시적인 할인권 지급은 관객의 영화에 관한 관심을 높여 영화관 회생에 기여하기 보다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할인 쿠폰 지급을 기대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결국 할인권 지급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문화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단기 처방식의 영화 쿠폰 지급은 가급적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영화관이 처해 있는 문제를 정치하게 분석한 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정책적 접근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선 정부 당국이 영화관과 제작사, 배급사 등 영화계 현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청취해 일종의 공공재로서 영화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